작성자: 사무국장 남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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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기사에 따르면 영진위는 이례적으로 기금운용계획변경을 통해 당초 38억원의 렌더팜 구축사업 예산을 138억4000만원으로 증액했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영상합성전문기업, CG/VFX업계 관계자들과만 협의하고 감독,프로듀서,촬영감독 등의 현장영화인들은 배제시켰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에 10월10일 (사)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이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성명서

 (사)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은 이 성명서를 지지하며 앞으로 여러 영화단체들과 이 문제에 대해 영진위의 합당한 설명을 요구하고 사업의 타당성과 기금운용의 적절성을 원점부터 따져 졸속사업으로 소중한 영화발전기금이 낭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진위의 성의있는 해명과 영화계와 적극적인 소통을 촉구합니다. 

 기사의 취재내용엔 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습니다. 일단, 렌더팜 사업은 '갑.툭.튀'는 아니고 작년 5월 영화단체연대회의가 영진위에 공식적으로 자료요청한 '중장기 한국영화 진흥계획(안)'과 '16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 포함되어 있던 '제작/기술서비스 산업육성 분야'의 '디지털 허브 조성'카테고리의 '초고속 렌더링 시스템 구축'사업안이었습니다. 당시 영진위는 신임 위원장과 함께한 조직개편 때문이었는지 원래 제 때 공개적으로 발표했어야 할 자료를 내놓지 않았고 연대회의의 문제제기와 독촉이 있고 나서야 기재부와 협의진행 중인 부분이 있어 일반 공개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며 영화인 간담회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안을 내놓았었습니다. 이 때의 한국영화 진흥 종합계획안에서는 이 사업에 16년부터~20년까지 5년간 총예산 170억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들어있었고, 그 중 16년에는 62억2천5백만원의 예산을 편성했었습니다. 그 후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나중에 최종 38억원으로 축소편성되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도를 통해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해당 사업에 14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영진위가 현장영화인들과 전혀 소통없이 이해당사자들인 애니메이션, CG/VFX업계 관계자들하고만 협의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기사의 주장에 대해선 영진위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겠지만 영화계와 전혀 소통이 없었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주장입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영화계 및 현장 영화인들과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협의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은 지적받을 일이 분명합니다. 당시 영진위는 영화단체연대회의에서 위 두가지 자료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달라는 제안에 사업이 다양하고 방대하니 분야별로 쪼개서 6~7개의 소그룹 설명회를 각각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영화단체들도 해당되는 분야 간담회만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즉, 총체적으로 사업전체를 점검하거나 예산의 균형성을 논할 기회를 스스로 봉쇄한 것입니다. 그리고 쪼개진 분야별 간담회도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CGK는 기술서비스산업 분야 간담회만 초대됐는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렌더팜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자리가 아니라 사업확정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외 영진위가 앞으로 신경쓰고 추진해야할 사업 아이디어를 묻는 자리로 갈음되었고 현장제안을 받은 아이디어는 그 이후 사업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인들의 불만을 달래기위한 의견수렴자리를 만들은 것 같은 면피용 행사 성격이 강해 불만족스러운 자리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그 때 영진위가 프린트해 나눠준 자료에선 VFX분야는 단계적 투자보다 초기 집중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해놨었습니다. 그 이후 사업추진 경과는 알 수 없으나 현재 기사를 보면 사업의 타당성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관련업계의 요구와 건의를 대폭수용해 초기투입예산을 증액했다는 결론이 나오고 이는 이미 예정돼 있던 수순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드는 상황입니다.

 렌더팜 사업이 필요하냐 안하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한국영화에서 CG/VFX의 비중이 올라갔다는 점과 기술분야의 해외수출 가능성이 밝다는 점을 사업추진배경과 이유로 밝히고 있지만 그것이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최우선으로 필요한 일인지, 관련사업의 매출신장이 한국영화산업 전체의 이득으로 환원될 것인지는 세심하게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당연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장비와 시설이 있으면 관련 업계에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재원으로 영화발전기금이란 공적 기금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전체 영화계의 의견을 묻고 구해야하고 한정된 예산인 만큼 공공성, 적절성, 효율성을 따져 운용계획이 세워져야 합니다. 또한 기사에서 지적한대로 장비교체주기에 따라 계속 추가적인 유지보수비가 들 것이라면 가시적 성과에 대한 근거가 희박한 장미빛 환상은 결국 소중한 기금낭비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정부기조에 발맞춘다는 명분으로 창조적인 대국민(영화인)사기극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